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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다이어리>, 나도 바다마을로 이사가야지!MOVIE 2016. 1. 27. 01:13
바닷마을 다이어리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아야세 하루카(코다 사치 역), 나가사와 마사미(코다 요시노 역), 카호(코다 치카 역), 히로세 스즈(아사노 스즈)
얼마 전 일본에 여행을 다녀왔는데 가기 전에 뭔가 일본 감성을 충전하고 싶어서 찾다가 본 영화다. 집 가까이에 우연히 CGV 아트하우스(구 무비꼴라주)가 있어서 운좋게 볼 수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전혀 스토리를 모르고 일본영화인 것만 인지하고 보러갔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동명의 만화를 영화로 제작했다. 만화는 보지 않아서 언급하지 않겠다.
영화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코다가의 세 딸은 바닷마을에 그들이 태어나기 전 부터 있던 집에 오손도손 산다. 아버지는 이혼 후 따로 살고 어머니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버리고 오사카로 떠나버린다. 그렇게 책임감 강한 맏언니 사치와 사랑에 올인하는 요시노 그리고 해맑은 치카가 잘 살고 있는데 어느날 비보가 날아든다. 가정을 버리고 떠났던 아버지가 상을 당했다는 소식에 세 자매는 장례식장에 가게 되고 아버지와 재혼한 여자와 그 딸 스즈를 만나게 된다. 사치는 알 수 없는 안쓰러움에 스즈를 집에 데리고오고 그 넷이 된 네자매는 서로 보듬어가며 아껴준다.
거창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이다. 등장인물 별로 얘기해보면 큰 딸 사치는 책임감이 강하고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는 전형적인 맏언니이다.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착실하게 살지만 그녀는 유부남을 사랑하고 있다. 자신도 아버지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고민하지만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 입체적인 인물은 아니지만 아야세 하루카 특유의 착실하고 모범적인 이미지가 배역과 매우 잘 어울린다. 내가 아야세 하루카를 처음 보고 인상깊었던 것은 치명적인(?) 제목의 <가슴배구단>이라는 영화에서 였다. 뭐 이런영화가 있어 하고 보게 되었는데 그녀가 참 매력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극중에서는 다소 답답하고 순하고 우유부단한 역으로 나온다.
둘째인 요시노는 약간 잘 노는 스타일!의 사람이다. 사랑에 올인하며 용돈도 주고 마음도 전부 다 주는 말괄량이이다. 항상 남자한테 차이지만 진정한 사랑이 있다고 믿는 그런 요시노는 맏언니와 항상 어긋나지만 그래도 사이좋게 잘 지낸다. 마음이 따뜻해서 자주가는 식당 아주머니에 마음을 많이 쓴다. 막내인 치카는 조금은 특이한 스타일의 알바 가게 사장을 좋아하는데 영화에서 감초 역할이다. 해맑은 카호는 어렸을 적보다 덜 이쁘지만 그래도 매력이 터진다! 마지막 스즈는 굉장히 미스터리한 마스크를 가진 역할이다. 난생 처음보는 언니들을 따라 온 그녀는 학교에서도 잘 적응하고 바닷마을에서도 잘 적응하여 동네에서 이쁨을 받는 아이가 된다. 차차 자매들에 녹아 들면서 그전에 느끼지 못한 가족애를 느끼게 된다. 이민정을 닮은 스즈는 굉장히 극중에서 예쁘게 나오는데 축구하는 장면에서는 파워풀하다. 실제로도 축구를 상당히 잘한다고..아이같으면서도 뭔가 숨기고 있는 표정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비판적으로보면 사실 이 영화의 갈등은 스즈가 이 집으로 이사오면서 사실상 종료된다. 아버지의 바람으로 인한 두 집의 자식들이 과거를 잊고 서로 보듬는 장면보다 더 큰 갈등의 해소는 없다. 영화의 교훈도 아마 가족애의 회복일 것이고 감독의 의도도 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극 중반부터 새로운 갈등이 더 있었다면 가족애라는 핵심 가치를 부각하는데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기존 스토리도 잔잔한 것이 매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으로 보아 가족애를 회복하는데 효과적인 것 같다.
그리고 세자매가 스즈를 받아들이는 장면에 더 설명이나 추가적인 설정이 필요할 것 같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자신들을 버리고 간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를 받아들인 것 아닌가. 이를 굉장히 쉽게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 것에 있어서 극적 장치나 설명이 더 있었다면 감정선을 따라가는데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나의 경우 이 부분에서 굉장히 아무렇지 않게 스즈를 받아들이길래 일본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무감각한가 하고 생각했다. 더불어 중간에 어머니와 큰 딸이 화해하는 장면에서도 설명이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왜 이집을 그렇게 쉽게 떠났고 딸들과 쉽게 화해할 수 있는지 또 둘째, 셋째 딸들은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를 그렇게도 쉽게 용서하고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잘 안갔다. 아마 이런 무조건적인 용서가 진정한 가족애라고 어필하고 싶었던 것일수도 있지만 이 점에 있어서 더 좋은 각본과 연출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면 마음 한편이 굉장히 따뜻해지면서 미소가 지어진다. 이러한 것이 이 영화의 강점이자 매력이다. 또 매실청도 한번 담가서 먹어보고 싶다. 좋은 영화가 분명하다. 이 영화보고 일본가서 감성 가득 충전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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