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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쇼트>, 친절하고 냉혹한 경제이야기MOVIE 2016. 1. 28. 16:58
빅 쇼트
The Big Short, 2015
감독: 아담 맥케이
출연: 크리스찬 베일(마이클 버리 역), 브래드 피트(벤 리커트 역), 스티브 카렐(마크 바움 역), 라이언 고슬링(자레드 베넷 역)
일단 박수라도 치고 시작하고 싶다. 짝짝짝. 간만에 몰입도가 정말 높은 슈퍼캐스팅 영화를 봤다. 2007년에 시작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노골적으로 현재 경제 체제의 허점과 거품을 드러내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경제에 별로 관심이 없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내용인즉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기 전 이 징후를 알아챈 몇명의 인재들이 이를 예상하고 새로운 투자를 시작하고 그 후에 대처에 대한 것이다. 영화는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된다.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알고있다는 착각 때문이다 - 마크 트웨인"
영화를 시작할 때는 그냥 좋은 격언이군 하였는데 영화가 끝나고나서는 백번 공감하게 된다. 각 인물에 대해서 설명하면 크리스찬 베일은 사회성이 부족한 의사 출신 펀드매니저로 사회성이나 여타 인간적인 면모는 부족하지만 숫자를 읽는 감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 눈을 잃고 의안을 착용하는 그는 흔히들 말하는 안티소셜이다. 사무실에서 반팔, 반바지를 입고 이것도 모자라 맨발로 돌아다니며 24시간 헤비메탈을 틀어 놓으며 이 곳에서 살다시피 한다. 그는 어느날 모기지론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되고 모기지론이 망한다는 것에 투자한다. 미국의 주택시장이 너무나 견고하여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 맹신하는 99.9%의 사람들은 마이클에게 항의를 하고 투자금 회수를 요청한다. 캐릭터는 흔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틀에 박힌 증권 사무실에서 틀에 박히지 않은 옷을 입고 조금은 말을 버벅거리며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은 없다고 말하는 등장인물은 너무나도 흔하기 때문에 큰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하지만 역시 크리스찬 베일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몸무게 조절 달인답게 사무직 체형으로 완벽 변신했다..특히 초반에 너무나도 슬프게 회사의 마이너스를 쓰다가 마지막에 담담하게 수익률 489%를 쓰는 건 최고였다. 증권맨은 한방이던가..!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하는 자레드는 이익에 철저하게 움직이는 사람이다. 도이치방크에서 일하는 은행에 소속된 직원이지만, 마크 바움이 일하는 펀드회사에 찾아와 모기지론이 곧 망할 것이라며 와스프를 매입할 것을 설득한다. 자레드도 딱히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철저히 이익에 움직이고 기다릴 줄 아는 사냥꾼 같은 면모를 지닌 인물로 반전이 있거나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특별한 역할이라면 마크 바움을 이 판으로 끌어들였다는 것 정도..?
스티브 카렐의 마크는 일단 목소리부터 까랑까랑하다. 같이 증권계에서 일하던 형이 자살하자 그 이후로 극심한 비관론자가 되고 남의 잘못과 사회의 부조리 그리고 경제계의 부도덕성에 대해 끊임없이 개탄하고 분노한다. "사기는 잘 된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결국에는 들통나죠", "나는 도덕성을 찾으러 차라리 포커테이블로 가야겠어"라는 말이 그의 말이 와닿는다. 와스프를 매입하기로 하면서 실제로 모기지론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 그는 이 거대한 미국 경제가 사기와 거품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매우 분노하며 믿을 수 없어한다. 부동산 업자, 대출 업자, 스트리퍼, 증권계 인사, CDO 담당자 등 수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는 통탄해 마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이 썩어빠진 경재계가 피를 흘리고 고통스럽길 바란다. 하지만 그는 슬프게도 자신도 그 속의 일원임을 잘 알고 있고 이로 인해 괴로워한다. "나는 나의 일을 싫어해서 좋아하는거야!" 라는 그의 말이 십분 이해가 간다. 마지막에 결국 현실과 타협하지만 그래도 그는 양심많은 잃지 않은 수많은 증권가의 '악당'들과는 다르다며 스스로를 자위한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전에 나는 스티브 카레를 코미디 배우로만 생각했다. <에반 올마이티, 2007>, <겟 스마트, 2008>, <슈퍼배드 시리즈>,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2005> 등 수많은 코미디 장르 영화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를 보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벤이 가장 의문의 인물인데 그는 증권 트레이더로 증권가에 환멸을 느껴 은퇴한 인물이다. 그는 제이미와 찰스가 운영하는 신생 펀드회사 브라운필드를 묵묵히 도와주는데 그 이유는 영화에 안나온다....인상깊었던 것은 제이미와 찰스가 경제가 폭락해 역으로 자신들이 수익을 낼 것을 기뻐하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데 이에 대해 혼내는 장면이었다. "너네가 지금 기뻐한 것은 미국이 망하는 거야. 수백만이 집을 잃고 수백만이 직장을 잃을거고 수만명이 자살할거야" 라는 그의 말이 인상깊었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가하는 일침같았다. 제이미와 찰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은 주식과 투자를 통해 수익을 볼 줄만 알지 그 속에 담긴 실패와 아픔들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돈을 번다는 건 누군가가 잃는다는 것과 같다 라는 생각을 했다. 또 이 장면에서 나온 문구가 기억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세상이 망하길 바란다. - 무라카미 하루키, 1Q84"
+브래드 피트는 조연급...출연을 하셨다. 그래서 제작이나 연출인지 찾아봤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영화는 굉장히 전문적인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특별한 점은 이 용어와 경제적 분위기를 등장인물이나 특별 까메오들이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는 것이다. 라이언 고슬링은 장면 부분마다 가끔 갑자기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고 상황에 대해 설명해준다. 또 안소니 부르뎅, 마고 로비, 셀레나 고메즈가 나와서 모기지론, CDO에 대해 비유를 통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처음보는 연출이라 신기했지만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관객으로서 영화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완벽하게 경제에 대해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영화지만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그리고 용어를 잘 몰라도 영화를 이해하고 좇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또한 이미 결과에 대해 알고있는 내용이지만 박진감있게 스토리를 잘 풀어내어 4인이 어떻게 이 경제위기를 분석하는가에 대해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의 결론을 보고나면 상당히 씁쓸하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이 집과 직장을 잃어도 월가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으며 똑같은 짓을 또 하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열이 난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우리나라에도 이런 장르의 영화가 생겼으면 한다. 전문적이지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지루해보이지만 위트있는 이런 웰메이드 영화가 많아지길 바란다.
+"2005년, 모두를 속인 채 돈 잔치를 벌인 은행들. 그리고 이를 정확히 꿰뚫고 월스트리트를 물 먹인 4명의 괴짜 천재들. 20조의 판돈, 세계 경제를 걸고 은행을 상대로 한 진짜 도박!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라고 광고 카피를 만든 분은 진심으로 반성하길 바란다. 영화를 안보고 쓴 것 같다. 어떻게 진짜 이렇게 쓸 수 있지.....<판의 미로>이후로 이렇게 말도 안되는 영화 광고 카피는 처음본다..우리 나라 배급사들 반성 좀!제발!
+그리고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인데 그 이유는 선정적이거나 잔인해서가 아니라 그냥 청소년이 봐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약간 훠이 애들은 가라 이런 느낌이다.
+빅 쇼트 예고편도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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