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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그리고 대자연MOVIE 2016. 1. 21. 17:34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The Revenant, 2015
감독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휴 글래스 역), 톰 하디(존 피츠제럴드), 돔놀 글리슨(앤드류 헨리 대위), 윌 포터(짐 브리저)
영화 제목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처음 듣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작명이 너무 거추장스럽다는 것 이었다. 그래서 레버넌트라서 검색해보니 이미 동명의 영화가 두편이나 더 있었다. 그래서 뒤에 더 붙였나하고 예전에 개봉한 <허큘리스, 2014>가 생각났다. 헤라클레스라고 개봉하면 마치 재개봉 같은 혹은 권리상의 문제가 생길까봐 그런 것일테지만 정작 사람들은 도대체 '허큘리스'가 누군지 몰라서 그 영화를 안보았을 것이다. 어쨌든 제목은 별로였다고 생각하는 찰나내가 이 '레버넌트'라는 단어를 어디서 보았나 했더니 예전에 워크래프트를 할 때 본 것 같다. 언데드? 유닛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죽여도 살아나고 그랬던 것 같다...어쨌든 레버넌트(Revenant)는 그런 뜻이라고 한다. 마이클 푼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The Revenant: A Novel of Revenge"가 원작이다. 역시 디카프리오는 실화 덕후..(이후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나는 영화를 보러가기전에 딱히 많이 찾아보고 가지 않는다. 미리 많이 알고가면 기대하고 꼭 실망하는 순서를 겪기 때문에 기대감도 낮추고 설렘은 높이기 위해 주연배우 정도만 알고 보러간다. <레버넌트>도 마찬가지! 그냥 디카프리오 나온다고 해서 보러갔다. 디카프리오 옹이 남자다운 영화를 고른지가 꽤 되었는데 <블러드 다이아몬드>,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셔터 아일랜드>가 인상적이었다. 어쨌든 디카프리오 옹을 보러갔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푸른 눈의 백인이 인디언과 결혼하여 낳은 자식을 위해 복수한다는 내용은 <포카혼타스>같은 느낌이 나는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설정이었다. 특히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아들로 나오는 호크(포레스트 굿럭)이 인상깊었다. 하지만 인디언에 쫓기는 백인 이방인이라는 소재는 그다지 큰 흥미를 끌지는 못했던 것 같다.
영화는 주로 캐나다에서 찍었고 약 6개월간 촬영했는데 영화를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대자연의 위용에 한번 놀라고 죽지 않고 생존왕의 면모를 보이는 휴 글래스의 대단함에 한번 더 놀란다. 대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세기 개척시대에 인디언의 숲에서 비버가죽을 작업하러 온 미국인들이 인디언의 습격을 받아 매우 소수만 살아남고 그 과정에서 인디언 아들과 함께 길을 안내하는 휴 글래스가 그리즐리의 습격을 받는다. 기지로 복귀하는 길에 글래스는 일행의 짐이 되고 대위는 그에게 가망이 없다고 생각해 글래스가 죽는 것을 기다려주고 잘 묻어주고 올 자원자를 받아 남기기로 결정한다. 그의 아들 호크와 양심적이고 순수한 브리저 그리고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피츠제럴드가 남는다. 하지만 피츠제럴드는 호크를 죽이고 브리저를 속여 글래스를 생매장하고 떠나고 글래스는 아들에 대한 복수심으로 기적적으로 살아나 복수를 이어나간다는 이야기이다.
초반 극의 흐름은 급박하다. 시작부터 인디언들이 달려나와 활을 쏘면서 머리를 베버리다가 숨죽여 보고 있으면 곰이 나타나 글래스를 갈기갈기 찢는다. 곰이 3번에 나누어서 공격을 하는데 곰이 그래픽인 걸 알면서도 곰이 공격하는 장면은 매우 리얼하다. <최종병기 활>이나 <대호>에 나오는 호랑이와는 차원이 다르다...어쨌든 이 장면들을 다 보고나면 굉장히 글래스에게 몰입하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 순간부터 조금 지루해진다. 쫓아오는 인디언 부족과 도망가는 글래스 그리고 그의 생존스킬들이 다채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사가 별로 없고 텐션이 낮아지기 때문에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 중간과정은 조금 지루해서 설명은 넘어가지만 기억에 남는 건 글래스를 도와준 같은 포니부족의 전사였다. 그는 '복수는 신의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부족을 찾아 떠나는 중에 글래스를 만나 말을 태워주고 고기도 나눠주고 뜸(?)도 떠준다. 그리고 정말 대단한건 디카프리오는 죽지 않는다. 흡사 좀비마냥..
잘 묻어줬다고 거짓말을 하고 브리저까지 강제로 공범으로 만든 피츠제럴드는 앤드류 대위에게 가죽 대금을 언제 받을 수 있냐며 계속 대위를 긁는다. 그 와중에 숲에서 기지로 도망쳐온 프랑스인이 브리저가 도망치면서 놓고간 수통을 갖고 있는 것을 보게되고 우여곡절 끝에 글래스는 기지로 돌아오고 동시에 앤드류 대위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 피츠제럴드를 찾으러 글래스와 떠난다. 우리의 호구왕 돔놀 글리슨(앤드류 대위)은 역시 호구 인증을 하는데 스포주의! (생각없이 걷다가 피츠제럴드한테 먼저 들켜서 총 맞고 죽고 대머리 아저씨처럼 머리가죽도 벗겨진다...) 글래스와 피츠제럴드는 결국 결전을 벌이게 되고 이 싸움도 생각보다 길다..물론 짧아도 허무했겠지만 역시 톰 하디는 강하다. 잘 안죽는다..
무려 156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대자연을 좋아하고 디카프리오의 숨죽인 연기 그리고 숨막히는 불곰의 공격을 보고싶다면 추천하지만 지루하고 조용한 영화를 못참는 사람들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러닝타임이 조금만 적었어도 적극 추천하였을 것 같지만..솔직히 156분은 조금 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카프리오 옹의 눈빛연기는 굉장하다..눈빛에 온통 나는 사나이다 그리고 살아남을 것이다 라는 열망이 가득하다. 눈빛은 이제 <로미오와 줄리엣>의 미소년의 눈빛은 아니지만 엄청난 야성미가 가득하다. 그리고 연기하는 내내 너무 추웠을 것 같다..그래도 지금 한국이 더 춥겠지만..더불어 나는 이 영화를 보고 톰 하디의 고향을 다시 한번 검색해봤다ㅋㅋㅋㅋ 아무리 봐도 정말 텍사스의 거친 미국인 같았는데..<디스 민즈 워, 2012>에서 보여준 부드러운 그는 사라지고 정말 양아치 같은 모습을 보여줘서 신기했다. 얼마 전 한국에 혼자와서 시사회하고 간 것도 웃겼는데 역시 이 사람은 종잡을 수가 없는 것 같다..<매드 맥스, 2014>에서와는 또 다른 거친 모습이라 새로웠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내용은 맘에 안들었지만 장면이나 영상은 꽤 마음에 들어서 감독을 찾았더니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었다. 잘 모르는 분이었지만 필모그래피를 보니 <버드맨, 2014>과 <비우티풀, 2010>을 감독한 분이었다. <버드맨>을 매우 재밌게 봤었기에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상당히 한가한 요즘 추위에 떠는 나를 더 춥게 만들어준 영화였다.
#마지막으로 공식 예고편을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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