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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 밀레니얼 세대와 재난과 뻔한 클리셰MOVIE 2020. 7. 19. 23:34
#살아남아야 한다
(이거 만든 사람은 인스타그램을 안 하는 사람이 분명하다. 해시태그 뒤에는 띄어쓰기가 불가능하다. "#살아남아야" 이 부분만 걸렸을 듯)#살아있다
포노사피엔스(디지털 문명을 사용하는 신인류)가 갑작스러운 좀비 바이러스 시대에 맞닥뜨리게 되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이다. 유아인은 평범한 2030이며, 모리스라는 이름으로 유투버로 활동 중이다.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서울과 자신의 아파트 단지는 좀비로 가득 차 있고 그 속에서 최신 디지털 기계와 함께 처절하게 살아남는 이야기이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영화일 수 있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이 영화를 고민해보려 한다.
1. 좀비와 주인공
최근 좀비는 한국 미디어에서 대 유행이다. 넷플릿스의 킹덤 / 연산호의 부산행/서울역/반도까지 빠르고 징그럽고 처절한 좀비 영화가 다수다. 만약 이런 처절하고 잔인하지만 그 속에서 주인공이 시원하게 살아남는 영화를 원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살아있다는 조금 다른 노선을 걷는다. 가장 다른 점은 주인공이 그냥 평범하다는 것이다. 보통 좀비 영화의 주인공들은 매우 이성적인 판단력과 생존에 관련된 특출 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 싸움/권련/두뇌/돈/인맥/깡 등등.. 하지만 #살아있다의 유아인은 그냥 평범한 우리 주변의 20대 후반 ~ 30대 초반의 인물이다. 우리가 평소에 항상 주인공으로 생각하는 느낌의 능력들을 갖고 있으며 우리는 이 능력들을 믿고 주인공 버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주지훈이 위기에 처해도 크게 긴장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헤쳐나갈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주인공의 엄청난 능력 때문에 나랑 주인공을 분리시켜 생각하며 객관적으로 즐기게 된다. 하지만 우리의 모리스는 킹덤의 주지훈이나 부산행의 마동석처럼 사리분별이 빠르거나 잘 싸우는 편도 아니고 도망 다니는 게 다이다. 좀비가 들어온다고 바로 냉장고를 뽑아서 문을 막는다거나 충동적으로 아껴야 할 식량을 다 먹어버리는 평범한 인물이다. 당장 지금 우리의 현관문으로 좀비가 뛰어들어오면 우리는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아마도 모리스처럼 행동할 확률이 매우 매우 매우 높다. 이런 점에서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느새 더욱 집중하고 나와 모리스를 동일시 여기며 이 사태가 나에게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2. 팬데믹과 현실
영화의 좀비사태는 지난 몇 개월간의 코로나 사태와 크게 닮아있다. 당장 전 세계의 수백만 명이 감염되었고 매일 수백 명이 사망하고 있다. 영화는 좀비라는 과장된 팬데믹 상황으로 우리가 이런 글로벌한 팬데믹 위기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미리 고민할 수 있게 한다. 한여름 30도가 육박하는 더위에도 우리는 마스크를 써야 하며, 집 밖에서는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이런 뉴 노멀에 맞추어 되짚어보면 우리는 아마도 어느 정도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팬데믹의 위기로 우리는 더욱 온라인에 가까워졌지만, 영화에서는 당장 모든 기반이 무너진 상태로 전혀 준비되지 않은 밀레니얼 세대 모리스는 오프라인으로 처절하게 내몰린다. 당장 인터넷이 끊긴다면 우리 밀레니얼 세대에게 닥칠 일이 아닐까?
3. 아파트
현대 좀비 영화의 재미와 스토리는 건물과 도시의 폐쇄성에서 기인한다. 우리가 편의와 삶을 위해 나눠놓은 건물들과 구획들이 역으로 가장 커다란 장애물이 되어 좀비와 맞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아파트만큼 좋은 소재는 드물 것 같다. 이 좁은 땅에서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지어진 최고로 합리적인 이 건물은 좀비월드에서는 매우 매우 커다란 장애물이며 도살장이다. 닭장 같은 아파트에서 생존자들은 좀비 떼를 벗어날 수 없다. 영화에서 배경이 되는 복도형 아파트는 최근에 보기 어렵지만 영화에서는 더욱 이런 장르성을 잘 살려준다. 한 복도에 수십 개의 집이 있지만 우리는 누가 사는지 알 수도 없고 알 의지도 없다. 단절된 공간과 관계가 당연하고 편했지만, 좀비 월드에서는 아니다. 이웃들을 알고 있었다면 조금은 생존 확률이 올라갔을지도 모른다. 102호는 맞벌이라 이 시간에 집에 없으니 파밍 해도 되겠군! 혹은 옆집은 평소 캠핑을 많이 다니니 생존 용품이 많겠군! 이런 생각. 하지만 내가 포함되어 있는 밀레니얼 세대는 그렇지 않다. 당장 나만해도 내 양옆 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이 오피스텔에 몇 명이 사는지도 모른다.
#살아있다는 여기서 조금은 다른 점을 보이는데, 이런 배신의 공간인 집이 다시 모리스의 안식처가 되고 생존공간이 된다는 점에서 한번 더 튼 느낌이 든다. 보통은 이런 건물은 탈출하고 끝이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아니다. 집은 배신하고 또 나를 지켜준다.
4. 디테일의 부족
1) 모리스는 20일동안 거의 못 먹고 지냈는데 별로 외적인 변화가 없다. 심지어 머리도 전혀 자라지 않는다
2) 좀비는 인간이었을 때 직업적 특성을 보인다 하는데, 소방관 좀비 말고는 그 어느 좀비도 딱히 똑똑해 보이지 않는다.
3) 모든 좀비는 소리만 듣고 몇호인지 호수까지 알아내 달려든다... 모든 좀비가 사실은 부녀회장이었던 걸까? 아님 통장????
4) 수도와 인터넷은 끊겼지만 전기는 멀쩡한 엄청난 시대(한전의 기술력?) / 핸드폰은 계속 충전됨.. 드론은 안됨;
5) 중간 아내바라기 아저씨의 등장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아무도 믿지 말라? 그놈의 신파극!!!!
6) 엔딩 헬리콥터는 너무 CG티가 가득하다.
7) 박신혜의 낫질한방에도 죽는 좀비들이 자동소총에는 죽지 않는다
8) 빈지노 노래는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노래)
9) 중간에 비오는 소리가 들린다며 좀비들이 갑자기 한 방향으로 날뛰는데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10) 변기물 마셔도 시원찮을 판국에 식물에 물 주는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
11) 초반부 여경찰 씬은 왜그렇게 오래 나왔는지 모르겠다. 총 때문인가...? 근데 그 총이 그렇게 영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아니다..
+
1) 진라면은 PPL이 아니라고 한다(충격)2) 영화속 유아인의 인스타그램을 현재 운영 중이다
(instagram.com/alive_junwoo?igshid=5zlh76bnq29r)
5. 연출력과 연기력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왜?
인과관계가 없는 상황들이 계속 '상황'만 일방적으로 주어지니 논리가 꼬여 불쾌해졌다. 장르물의 제1 규칙은 규칙성을 깨지 않는 것인데, 규칙이 없다.
유아인은 늘 그렇듯 과잉연기를 하는 것 같다. 너무 거칠게 숨 쉬고 이상하게 등을 구부린 자세로 감정이 넘치는 대사를 해서 부담스러웠다. 박신혜는 정말 예쁘지만 모든 드라마와 영화에서 같은 연기를 한다. 눈물이 조금 고여있는 예쁜 얼굴로 같은 감정의 대사를 하니.. 사실 장면만 놓고 보면 무슨 영화인지 모를 수도 있다. (연기는 개인의 취향입니다)
6. 이제 그만
좀비물은 이제 그만.. 킹덤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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